확실했다고 느껴졌던게 갑자기 크게 멀어졌다고 느꼈을 때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솔직히 말해서 끝났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오히려 덤덤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날 안에서부터 갉아먹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다. 그래서 난 그 날에 처음으로 푹 잠이 들었다.

  날 갉아먹던 무언가는 사라졌어도 갉아먹힌 부위에는 새 살이 돋지 않는 듯하다. 요새 느는건 눈 아래 다크서클과 담배뿐이다. 암만 담배를 피우고 와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고 다만 위와 목 사이에 무언가가 걸린 듯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글을 쓰려고 해도 머리에 무언가 걸린 듯 아무것도 써지지 않고 술을 암만 마셔도 뻗는건 동아리 후배뿐이다.

  이렇게 된 것도 다 내 책임이다. 내가 그렇게 성급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처럼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 될수도 있었던 일은 이렇게 내 성급함때문에 최악으로 막을 내렸다. 사람에게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어서 이런 실수를 한 것일까. 괜히 갑자기 전 애인이 생각난다. 그때는 이런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는데.

  얼마 전 동아리 선배들과 술을 마실 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뭐 요새 이런저런 안 좋은 일이 있는데 액땜이겠죠. 다음에 뭔가 잘 될 일이 있겠죠" 지금껏 한번도 맞은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난 안 좋은 일 다음에는 좋은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얼마나 좋은 일이 일어나려고 이렇게 안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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