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달이 없는 청명한 겨울날이면 고향 하늘에는 어김없이 은하수가 흘렀다. 가끔 구름이 조금 끼는 날이라면 친구들은 까치 머리털이 빠졌다고 장난스레 말하곤 했다. 나야 그럴 때마다 무드 없이 저 은하수의 중심이 바로 우리 은하의 중심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훗날 머리가 더 커지고 나서 알아보니 겨울의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바깥쪽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 은하수는 사실 은하 중심을 비추는 여름 은하수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상하게 겨울 하늘의 은하수가 제일 풍성하게 보였다. 매 겨울마다 친구들과 그렇게 도란도란 말하며 지냈던 그 시절도 어느새 수년에서 십수년 전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의 하늘엔 은하수가 흐르지 않는다. 지상의 불빛이 너무 강렬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달이 뜨지 않는 날의 컴컴한 하늘은 메마른 공허만으로 가득하다. 그나마 직녀성인지 아니면 스피카인지가 북쪽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그것마저 온전히 밝은 것은 아니다. 그나마도 요새는 보이지 않는 날이 더 많다. 그럴 때마다 괜시리 우울하다. 도회지에 처음 왔을 때는 이렇게 하늘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보니 최근의 나는 지쳐있지만 맘 편히 쉬지도 못하고 있다. 사람이 힘들면 고향을 찾는다는데, 지금 나는 별에서 고향을 떠올리던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처럼, 고향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창 우울한 요새, 평소에는 달이 뜨지 않으면 어둡기만 하던 내가 사는 도회지의 하늘에 별이 세 개나 떴다. 세 별을 이어보니 삼각형이 나왔다. 두 별은 밝고 한 별은 약간 어둡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별이 떴다는 생각에 기쁘기만 했다. "별이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별이 귀한 도시 하늘에 별이 세 개나 뜬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별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나를 영영 떠나버린 사람들에 대한 생각, 옛 인연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언제나와 같이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편해졌다. 별다른 결론을 찾아내지 못해도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보니 아마 별에는 바라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손을 담그면 시릴듯 차가웠던 그 겨울하늘의 은하수는 겨울이 되면 다시 고향 하늘에 흐를 것이다. 비록 내 추억이 담긴 장소 여럿이 사라지고, 내가 알던 사람은 추억 속에만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편의점 하나 생긴 것이 새로 생긴 빛의 전부이니 은하수는 온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반드시 고향에 내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