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사담 (4)

수학선생님의 빈소

 중학교 시절에 우리를 가르치던 수학선생님은 은퇴하면 시골에 내려가 벽에 황토를 칠하고 지푸라기로 지붕을 얹은 초가집에서 소박하게 살 것이라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집 앞에는 텃밭을 일궈 그 곳에 당근이나 양파, 양배추같은 채소를 기르고 싶다는 말씀도 종종 하셨다. 나는 시골 생활에 퍽 불만을 갖고 있었기에 그 선생님의 말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선생님..

액땜하기

  확실했다고 느껴졌던게 갑자기 크게 멀어졌다고 느꼈을 때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솔직히 말해서 끝났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오히려 덤덤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날 안에서부터 갉아먹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다. 그래서 난 그 날에 처음으로 푹 잠이 들었다.  날 갉아먹던 무언가는 사라졌어도 갉아먹힌 부위에는 새 살이 돋지 않는 듯하다. ..

내 사랑 연어

  생선이라. 고등학생 들어갈 때만 했어도 지독히도 입에 대기 싫었던 생선은 신기하게도 해가 바뀌면서 어느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종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어쩌면 이전에는 조림으로만 먹었던 생선을 회와 탕, 그리고 구이로 먹게 되면서 그리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돌이켜보면, 어렸을 적 회와 야채를 소스에 석석 비벼 내놓았던 회덮밥이나 배 위에서 즉석으로 살을 발라 초장에 푸욱 찍어먹었던 진성 활어회는 잘 먹었었다. 여기에 비추어 ..

별 헤는 밤

 달이 없는 청명한 겨울날이면 고향 하늘에는 어김없이 은하수가 흘렀다. 가끔 구름이 조금 끼는 날이라면 친구들은 까치 머리털이 빠졌다고 장난스레 말하곤 했다. 나야 그럴 때마다 무드 없이 저 은하수의 중심이 바로 우리 은하의 중심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훗날 머리가 더 커지고 나서 알아보니 겨울의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바깥쪽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 은하수는 사실 은하 중심을 비추는 여름 은하수보다 못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