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모든 이야기 (9)

청소년 참정권 제한에 대한 소고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하여야 하느냐라는 논쟁에 앞서, 우리는 과연 국가가 어떤 근거로 청소년의 참정권을 제한하는가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4월 27일 판례에 따르자면 청소년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고 경험·적응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지 청소년에서 성년이 된다고 해서 이러한 우려가 없어지진 않는다. 이는 ..

수학선생님의 빈소

 중학교 시절에 우리를 가르치던 수학선생님은 은퇴하면 시골에 내려가 벽에 황토를 칠하고 지푸라기로 지붕을 얹은 초가집에서 소박하게 살 것이라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집 앞에는 텃밭을 일궈 그 곳에 당근이나 양파, 양배추같은 채소를 기르고 싶다는 말씀도 종종 하셨다. 나는 시골 생활에 퍽 불만을 갖고 있었기에 그 선생님의 말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선생님..

남성은 이성, 여성은 감성?

  여성은 감성, 남성은 이성이라는 명제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의 그렇게 듣고 자라왔으니깐. 때문에 사람들은 한치의 의심 없이 여성이 예술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반대로 남성은 공학, 논리학 부문에서 강세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맞는 말일까? 그렇다면 왜 반에서 공부 잘 한다 싶은 사람은 여자일까? 여자가 독해서? 여성의 체력은 보통 남성의 70%밖에 되지 않아 남성보다 더 오..

액땜하기

  확실했다고 느껴졌던게 갑자기 크게 멀어졌다고 느꼈을 때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솔직히 말해서 끝났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오히려 덤덤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날 안에서부터 갉아먹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다. 그래서 난 그 날에 처음으로 푹 잠이 들었다.  날 갉아먹던 무언가는 사라졌어도 갉아먹힌 부위에는 새 살이 돋지 않는 듯하다. ..

내 사랑 연어

  생선이라. 고등학생 들어갈 때만 했어도 지독히도 입에 대기 싫었던 생선은 신기하게도 해가 바뀌면서 어느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종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어쩌면 이전에는 조림으로만 먹었던 생선을 회와 탕, 그리고 구이로 먹게 되면서 그리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돌이켜보면, 어렸을 적 회와 야채를 소스에 석석 비벼 내놓았던 회덮밥이나 배 위에서 즉석으로 살을 발라 초장에 푸욱 찍어먹었던 진성 활어회는 잘 먹었었다. 여기에 비추어 ..

귀 없는 호이치(耳なし芳一)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세요: 『귀 없는 호이치(원제: 耳なし芳一)』(전래동화) - 일본도깨비게- 시모노세키에서만 난다는 도깨비게는 특유의 등껍질 모양으로 유명하다. 이 게는 등껍질의 모양이 일본의 도깨비 모양의 등껍질을 가졌다고 해서 도깨비게라고 불린다. 일본에서는 이 게를 헤이케가니(平家蟹)라고 부르는데, 헤이시(平) 가문의 게라는 뜻이다. 이 게가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 데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인어공주, 실연을 통한 성숙의 미학

영원한 삶이라는 이상 - 독일 문학의 단골 소재인 운디네는 17세기 연금술사 파라켈소스가 정립한 4정령설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4원소의 정령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긴 수명을 갖는 대신 영혼이 없다. 따라서 죽으면 천국에서 영원을 누리는 인간과는 달리 정령들은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때문에 정령들은 인간의 영혼을 선망하며, 인간의 영혼을 얻고 싶어한다. 이와 같은 설정은 당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

이승열 새 앨범 V와 SYX

이승열의 새 앨범인 Syx를 두고 말이 많다. 몇몇 곡은 괜찮지만 몇몇 곡은 너무 난해하고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이승열 팬덤은 여기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유앤미블루 시절에 발매한 “Nothing`s Good Enough”에서부터 이승열 솔로 3집인 “Why We Fail”까지 이승열의 앨범은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찬사를 받아왔다. 자신만의 색이 굉장히 짙었지만 곡이 난해하지..

별 헤는 밤

 달이 없는 청명한 겨울날이면 고향 하늘에는 어김없이 은하수가 흘렀다. 가끔 구름이 조금 끼는 날이라면 친구들은 까치 머리털이 빠졌다고 장난스레 말하곤 했다. 나야 그럴 때마다 무드 없이 저 은하수의 중심이 바로 우리 은하의 중심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훗날 머리가 더 커지고 나서 알아보니 겨울의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바깥쪽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 은하수는 사실 은하 중심을 비추는 여름 은하수보다 못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