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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의 새 앨범 V와 Syx

나는 왜 이승열의 새 앨범을 비판하지 않는가






이승열의 새 앨범인 Syx를 두고 말이 많다. 몇몇 곡은 괜찮지만 몇몇 곡은 너무 난해하고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이승열 팬덤은 여기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유앤미블루 시절에 발매한 “Nothing`s Good Enough”에서부터 이승열 솔로 3집인 “Why We Fail”까지 이승열의 앨범은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찬사를 받아왔다. 자신만의 색이 굉장히 짙었지만 곡이 난해하지 않고, 무엇보다 곡의 기승전결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번 앨범인 V에서부터 이승열의 곡은 변하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쉬웠던 저번 앨범에 비해 너무 난해해졌다. 이 앨범을 처음 듣는 사람은 여기에 거부감이 생길 정도다. 보컬의 존재감도 희박하고 과도하게 에코를 넣어 청음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Satin Camel의 경우 곡이 거의 소음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부조화하다. 이승열 스스로도 이 곡에 대해서 ‘부조리하다’고 평할 정도니 말 다했다. 대중들은 이 앨범에 대해서 실망스럽다고 느꼈을 것이다. 음악성은 물론이고, 대중성조차도 이승열 이름값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도 별로였다. 실험성은 높이 살만 하지만 거기까지다. 

사실 Syx는 저번 앨범인 V보다는 훨씬 덜 난해한 앨범이다. 거의 모든 곡이 영어와 프랑스어를 비롯한 외국어로 되어있는 점이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저번 앨범처럼 아예 이해할 수 없는 곡은 별로 없었고 보컬이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울리지도 않았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노래1’은 이승열이 자신만의 색과 감정을 전혀 난해하지 않게, 그리고 가식 없이 풀어낸다. 높은 톤으로 모든 곡을 먼저 부르고 후렴구에서 낮은 톤의 자기 목소리를 합성한 것도 마음에 든다. 두 명의 이승열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아름답다는 말 이외에는 수식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멜로디와 진심을 담은 성찰이 담겨있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가 어우러진 이 곡은 이승열 최고의 역작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승열 이름값에 대기엔 Syx는 부족하다. 물론 앨범의 마지막 곡인 ‘노래 1’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고 나머지 곡의 난해함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이승열 이름값에 대기엔 난해하고 종잡을 수 없다.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을 굳이 말하자면, 거칠고 마치 다 다듬어지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 또 'Love for Sale'처럼 소음처럼 들리는 곡도 아직 있다. 

사실 필자는 좋아하는 작품이나 아티스트가 실망스러운 작품을 낼 때 더욱 박한 평가를 내린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SF시리즈인 ‘스타 워즈’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낮은 프리퀄 시리즈 1, 2편에 대해서도 굉장히 낮은 평가를 내리고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을 맡은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처참한 연기력으로 망쳐버린 시리즈 3편도 좀 더 나은 쓰레기 이상의 평을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두 앨범에 대해서 혹평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편이 옳겠다. 

사실 이승열의 V는 정규 4집이 아니다. 물론 음원 사이트에 음원이 풀리긴 했고, 앨범도 발매되긴 했지만 이승열의 정규 앨범은 아니라고 한다. 앨범을 소개할 때도 “어떠한 형식과 원칙에도 얽매이지 않고 음악적 자유를 탐구했다는 의미”라고 소개한다. 이는 다시 말해 V는 이승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든 앨범이란 뜻이다. 음원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에 앨범을 공개한 의도도 그저 “끌리는 사람은 뭐 여기 와서 보든지 말든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Syx도 이와 마찬가지다. 앨범의 제목인 ‘Syx’가 이승열 자신이 만든 데모 파일을 저장하는 폴더의 이름이라는 사실은 여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승열은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은 ‘V’와 이어지는 앨범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앨범 역시 V처럼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를 한 것이다.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마음껏 펼쳐본 것이다. 사실, 오히려 이번 앨범에서 크게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탓에 ‘노래1’과 같은 대작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승열은 한 인터뷰에서 V 이전까지의 음악을 더이상 듣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 앨범을 만들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확실히, 대중을 의식하고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V와 Syx를 만들면서 이승열은 이러한 고통에서 해방되었을 것이다. 필자가 V와 Syx에 혹평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대중을 아예 염두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 앨범에 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다는 아티스트의 생각을 읽고도 ‘거부감이 든다’, ‘별로다’라는 코멘트를 남기는 건 의미없는 일이 아닌가.